건강한 나를 만들기 위한 지름길: 비교에 대한 심리학적 단상
‘행복하기 위해서는 남과 비교하지 말라’고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쉴 새 없이 비교를 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의 비교가 나를 힘들게 하고 있다면, 참고로 할 만한 생각의 전환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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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올 한 해는 어떠셨는지요? 한 해의 끝자락을 보내주며 차분해지시는 분들도, 혹은 업무 준비로 마음이 무거우신 분들도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심리상담과 치료를 진행하면서 특히 현재 사회생활을 열심히 하고 계신 직장인들을 상담하다보니 많은 상담 주제들이 결국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로 귀결되는 것을 확인합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확신이 가장 흔들릴 때는 언제일까요? 바로 나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는 순간’입니다.

# 나 자신과의 혹독한 비교

물론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지금까지의 성취가 좋았던 분들일수록 자신의 과거 가장 좋았던 결과, 혹은 최대한 잠을 줄여 최대한으로 일할 수 있었던 시간들, 영광스러웠던 순간들을 고정점으로 설정한 후 현재와 비교하곤 합니다.

동기 부여와 관련한 저명한 심리학자인 캐롤 드웩의 이론 중,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며, 결과 또한 고정적’이라는 고정 마인드셋(Fixed Mindset)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스스로 똑똑하고 능력이 좋다고 생각하거나 주변으로부터 능력과 관련한 인정을 많이 받아왔을 수록 고정 마인드 셋이 견고해집니다. 나의 능력이 고정적이라고 생각하기에 과거의 최대 성취에 비교점이 머무르게 되고 필연적으로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피하거나 주저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태도가 주로 모범생, 우등생으로 살아온 분들에게 더 많이 관찰된다고 하니, 어찌 보면 ‘모범’이 낳은 아이러니한 부분이겠습니다.

반면,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은 능력은 변하는 것이고 어느 시기에든 성장이 가능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성장 마인드셋을 가지면 자신의 빛났던 과거가 비교점이 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성장할 미래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대기만성형 인간, Late bloomer라는 말은 성장 마인드셋을 토대로 성장하는 사람을 일컫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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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수불가결한 타인과의 비교로부터 시선을 돌리기

그러나 대부분 자신을 괴롭게 하는 것은 타인과의 비교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다른 사람의 사소한 변화, 소유, 기쁨, 상상을초월할 정도로 다양한 것들이 ‘나의 좌절감’의 소재가 되는 것을 상담실에서 마주하게 됩니다. 내가 못나서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그냥 그러합니다.

사람은 왜 비교를 할까요? ‘인지부조화 이론’으로 유명한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는 ‘사람은 정확한 자기 평가를 하기 위해 사회 비교를 한다’고 했습니다. 사회에서 자신의 위치를 가장 명확하게 가늠할 수 있는 것이 비교입니다. 비교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인 것은 맞습니다만, 요즘의 시대는 다소 극단적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다른 사람의 일상 생활과 사회적 위치를 현미경으로 확대하듯 알아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세상엔 얼마나 훌륭하고 멋지고 운이 억세게 좋은 사람들이 많은지 내가 원하지 않아도 실시간으로 보기도 합니다.

상담실에 방문하셨던 한 조직의 임원께서 “예전에는 ‘다들 이렇게 힘들게 일하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나와 가까운 사람들을 신경 쓰는 순간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다른 이들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 수 있으니 눈을 뜨고 있는 내내 전 세계 사람들을 대상으로 비교를 하고 있는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러게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얼마나 많은 잠재적 경쟁자들을 대상으로 비교를 하고 있는 걸까요?

SNS나 다양한 플랫폼에서 다른 이들이 순간 순간 뿜어내는 빛과 기쁨에만 자꾸 눈길을 주다 보면 어느 새 나는 쪼그라들어 나의 부족함을 탓하기도 합니다. 추운 겨울, 길거리에 서서 보면 다른 집의 창문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은 얼마나 완벽해 보이나요? 그럴 때는 다른 집은 그만 들여다보고 나의 집에 들어가서 나에게 집중해야 합니다.

연말, 바쁘시더라도 잠시 시간을 내어 온전히 혼자이든, 소중한 사람과 함께이든 타인과 비교 불가한 ‘나의 시간’을 만들어 봅시다. 꼭 사진으로 남길 자랑거리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그 순간들이 모여 삼정인들의 ‘건강한 나’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Profile
최은영 임상심리전문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기업과 사람의 정신건강을 위해 마음으로 다가가는 기업정신건강 힐링멘토. 연세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을 공부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임상심리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그 직후에는 심리진단, 평가 영역에서 경력을 쌓았다.
기업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업무뿐 아니라 다양한 심리적 문제들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주로 기업 내 심리상담 및 심리치료 현장에서 발로 뛰어왔다. 다수 대기업, 공공기관, 외국계 기업에서 상담, 위기 개입, 교육을 진행했고, 근로자를 위한 정신건강 관련 글을썼다.
현재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전임상담사로, ‘CIM Care Program’에 참여해 삼정KPMG 구성원들의 스트레스 관리 및 마음 치유를 위한 상담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