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산만함, 빠져있는 초점 하나를 찾아서
성인 ADHD의 증상과 일상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제언

소아청소년에게 주로 진단하는 ADHD(Attention)는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이 증상이다.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라면 ADHD에 대해 한 번은 들어본 적이 있을 정도로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진단이다. 이번 호에서는 성인 ADHD 증상에 대해 다루려 한다. ADHD의 임상적, 병리적 양상보다는 성인으로서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기능하고 있는 사람이 경험하는 ADHD의 측면을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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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나길 부산하고 정신없는 사람들이 있다. 툭하면 물건을 어딘가에 놔두고 오고(놔두고 왔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약속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고, 현관 앞의 택배들이 다 내가 주문한 것이라는데 도통 기억에 없고 정리 정돈도잘 안 된다. 상대방의 긴 이야기는 듣고 있다 보면 초점 없는 눈빛으로 어느새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어딘가에 정신이 팔려있는 듯 잘 넘어지거나 부딪힌다.

회사에서는 때로 반짝하고 집중해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고, 정밀한 조직화를 필요로 하지 않는 창의성이 요구되는 업무에서는 뛰어난 성과를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믿고 일을 맡기기에는’ 못 미더운 구석이 있으며 주변 사람들의 손이 많이 간다.

# 잘 드러나지 않는 조용한 ADHD

일상에서 문제 없이 살고는 있으나 어딘가 모르게 허술하고 빈틈이 많은 수준을 넘어서서 일을 조직화, 체계화하는 것을 어려워 하고 눈에 띄게 주변 정리정돈이 잘 안 되는 경우라면 조용한 ADHD일 가능성이 있다. 조용한 ADHD는 ‘충동적이고 과다한 행동은 없어서 눈에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주의력이 많이 낮아 소지품을 잘 잃어버리거나 해야 할 일과 일상적인 사안들을 너무 자주 잊어버리는’ 증상이다. 증상이 눈에 띄지 않다 보니 잘 드러나지 않으나,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어딘가 나사가 빠져있는 것 같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그래도 사회 생활을 하기까지의 수많은 관문을 거친 사람들이라면 약간의 ADHD 성향이 있다 하더라도 기본적인 시간 지키기 등은 아슬아슬하게 맞출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덤벙대는 실수들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핀잔을 듣거나 자책하는 일들이 반복되면서 속으로 위축되고 ‘나는 뭘 해도 안 되나 봐’와 같은 절망감을 느끼기도 한다. 게다가 어떤 환경에서는 곤란하지 않더라도,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에 처하면 순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패닉에 빠지는 경우가 많아서 효능감이 떨어지게 된다.

‘내가 성인 ADHD는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꼭 생각해봐야 하는 사항이 있다. 덤벙대고, 집중이 어렵고, 충동적으로 행동을 하는 어려움이 어린 시절부터 있어왔는가? ADHD 증상은 성인이 되어서 처음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최근 들어 갑작스럽게 주의력과 충동 조절 문제가 있다면 다른 이유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전문가의 자문을 받는 것이 좋다.

보통 9세가 지나면서 부주의함과 충동성 문제는 안정을 찾아가는 편이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서도 ADHD 관련 어려움으로 생활에 지장이 생긴다면 치료적 도움을 받자. ADHD는 ‘있고 없고’의 유무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주의력과 충동성이라는 연속 선상에서 ‘어느 정도’의 문제다. ‘외향성’도30% 정도의 외향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100% 외향적인 사람은 매우 드문 것과 마찬가지다. 치료 도움을 받는 것과는 별개로, 행동 측면에서 자발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노력하지 않기 때문에 ADHD 라는 말이 아니다.  그렇지만 자신의 어려움이 사회적 상황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고 스스로를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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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을 단순하게, 명쾌하게 정돈해 두는 것이 가장 우선

필수적인 업무와 관련해서는 습관적인 메모를 반드시 하고, 의식적으로 메모를 꼼꼼하게 소리 내서 읽어야 한다. ADHD 성향인 경우 단기 기억(작업기억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어서 여러 가지 일들이 뒤섞이면 기억하기가 어렵지만, 장기 기억은 잘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부분들은 매일 반복해서 루틴화 시켜두면 덤벙댈 빈도가 낮아진다.

그리고 환경을 깨끗하게 정돈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ADHD 성향의 사람들은 쉽게 어지르는 반면에, 깔끔한 환경이 되면 굉장히 차분해지기 때문이다. 청결, 위생적인 환경을 조성하자는 말이 아니라 물건 항목과 수자체를 최소한으로 줄여 미니멀리스트가 되어야 한다.

Profile
최은영 임상심리전문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기업과 사람의 정신건강을 위해 마음으로 다가가는 기업정신건강 힐링멘토. 연세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을 공부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임상심리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그 직후에는 심리진단, 평가 영역에서 경력을 쌓았다.
기업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업무뿐 아니라 다양한 심리적 문제들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주로 기업 내 심리상담 및 심리치료 현장에서 발로 뛰어왔다. 다수 대기업, 공공기관, 외국계 기업에서 상담, 위기 개입, 교육을 진행했고, 근로자를 위한 정신건강 관련 글을썼다.
현재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전임상담사로, ‘CIM Care Program’에 참여해 삼정KPMG 구성원들의 스트레스 관리 및 마음 치유를 위한 상담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