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과 그 외 업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사라져 버린 열정의 회복을 위해서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 현대 직장인들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심리 용어이다. 태워 없어지다, 소진되다라는 뜻의 번아웃(Burnout)에서 생긴 말로, 어떤 일에 몰두하고 있던 사람이 극심한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느끼고 갑자기 의욕을 상실해 버리거나 열정과 성취감을 잃고 무기력해지는 증상이다. 이번 호에서는 번아웃 증후군에 대해 살펴보고, 그 솔루션을 살펴본다.
care

# 업무과 관련한 심리적 증상··· 번아웃, 보어아웃, 브라운아웃

번아웃, 2020년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멈추지 않을 화제다. 번아웃은 단순 직무스트레스와는 다르다. 과도한 업무 부담이 지속되면서 완전히 방전, 탈진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번아웃은 세 가지 특성이 있다. 첫 번째, 모든 에너지를 다 써버린 듯한 정서적 소진 증상이다. 일하면서 느끼는 긴장도가 높고 퇴근할 때가 되면 파김치가 된 듯 힘을 다써버린 느낌에 하루 이틀 쉬어서는 회복되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이다.

두 번째, 업무에 대한 냉소적인 태도다. 예전만큼 업무에 관심이 없고 이렇게까지 열심히 해야 하는지 의심이 드는, 쉽게 말하면 일 생각을 하면 삐딱해지는 현상이다.

세 번째, 업무 효능감의 저하다. 스스로 일을 잘하고 있다는 효능감이 들지 않고 성취감 또한 낮은 것이다.

무언가 사라져 버린(Out) 느낌은 유사하지만, 번아웃과는 또 다른 업무 관련 증상이 있다. 업무 부담이 과중한 상태에서 경험하는 번아웃(Burnout)과는 대조적으로 단조롭고 지루한 업무를 반복하면서 경험하는 보어아웃(Boreout) 현상이다. 월급루팡이라는 우스갯소리처럼 업무가 적으면 당장은 편하겠지만, 이 상태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무기력감을 느끼게 된다. 남는 에너지를 다른 생산적인 일에 쓰기에는 보어아웃에 빠진 사람은 이미 성취감이 낮고 전반적인 목적의식을 상실했기에 멍하고 무력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브라운아웃(Brownout) 증상도 업무와 관련된 증상 중 하나인데, 일에 대해서 더 이상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자신이 업무를 하는 것이 쓸모없다고 느끼는 것이다. 백열전구가 수명을 다해 밝기가 떨어져 전구 빛 색깔이 갈색으로 보이는 것에서 유래한 말이니만큼 직장에서 연차가 쌓이면서 열정을 많이 써 버렸을 때 느끼기 쉬운 증상이다.

care

# 빠져나가고 있는 나의 에너지에게 회 복할 틈을 주자

업무의 특성과 개인적 상황에 따라 취약한 증상이 달라지겠지만 필자가 십수 년간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진행하면서 번아웃, 보어아웃, 브라운아웃 중에서 번아웃의 증상을 압도적으로 자주 접했다.

번아웃을 경험하고 있다면 업무의 어떤 요인이 가장 불편하게 느껴지는지 점검해 보자. 사람들이 많이 손꼽는 업무 요인들로는 ▲과도한 업무량, ▲업무를 여유 있게 수행하기 어려운 시간적 압박, ▲개인 여유 시간이 없음, ▲예측할 수 있는 보상이 없다는 것, ▲직무 관련 소통 및 개선이 없음 등이다. 이것은 업무 만족도와도 직결되며, 번아웃은 ‘불만족감’과 깊이 관련 있다. 그렇기에 어떤 요인에서 가장 어려움을 경험하는지 확인하고 자신이 업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반대로 자신이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정리해 보자. 그리고 바꾸거나 개선을 요청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실행해 보자.

성격과 동기 심리학 분야에서 저명한 심리학자 브라이언 리틀은 현대인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은 ‘회복 틈새’라고 설명했다. 회복 틈새란 사회적 요구에 맞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신의 모습 그대로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공간을 의미한다. 이는단순한 휴가, 연차, 먹고 놀기와는 다르게 ‘나를 회복하는 것’이다. 지치고 방전된 기분, 그 어느 일도 할 의욕이 생기지 않을 때는 기를 쓰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하며 나를 채워야 한다.

생계를 위해, 그나마 할 수 있는 게 이것뿐이라서, 혹은 이 회사를 다니고 있다는 자부심 등의 이유만으로는 향후 20년부터 50년까지 더 일을 해야 할 의미를 채우기 어렵다. 업무 스트레스에게 자리를 너무 많이 내주지 말고 나의 일부로서의 일을 다루는 것이 당신이 해야할 일이다.

Profile
최은영 임상심리전문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기업과 사람의 정신건강을 위해 마음으로 다가가는 기업정신건강 힐링멘토. 연세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을 공부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임상심리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그 직후에는 심리진단, 평가 영역에서 경력을 쌓았다.
기업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업무뿐 아니라 다양한 심리적 문제들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주로 기업 내 심리상담 및 심리치료 현장에서 발로 뛰어왔다. 다수 대기업, 공공기관, 외국계 기업에서 상담, 위기 개입, 교육을 진행했고, 근로자를 위한 정신건강 관련 글을썼다.
현재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전임상담사로, ‘CIM Care Program’에 참여해 삼정KPMG 구성원들의 스트레스 관리 및 마음 치유를 위한 상담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