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학 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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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는 성공이 아닌 실패의 요람이다. 그러나 실패를 비용으로만 간주하거나 낙오자로 취급하는 각박한 사회적 분위기에선 위대한 도전과 창의는 싹틀 수 없다. 특히 100개 중에 한 개가 살아남는다는 벤처 생태계에선 말할 것도 없다. 도덕적 문제만 없다면 계속 기회를 주는 게 그들의 도전정신을 잉태시키는 혁신의 자궁이 된다.

# 실패는 디딤돌이다

기업 차원에서도 실패는 소중한 자산이다. 심지어 면접 때 실패한 사람을 우대하는 회사도 있다. 알고 보면 실패에 대한 우대는 우량기업의 경영자들이라면 빼놓지 않고 챙기는 성공 비결이다. 반대로 큰 성공은 실패의 잠재적 경고 신호라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아마존이 진입하면 기존 사업체들은 초토화된다는 뜻의 ‘amazoned’란 신조어를 탄생시킨 세계 최강의 아마존을 보자. 1964년생 창업주인 제프 베조스(Jeff Bezos)는 특히 실패의 경험을 유달리 강조해왔다. 그는 초기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나는 아마존을 가장 성공한 회사라기보다 가장 편하게 실패하는 회사로 만들고자 합니다”라고 적었다.

돌이켜보면 회심의 스마트폰 시장 진출에서 처참한 실패를 맛본 후 그는 “실패는 버리는 것이 아니다.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비즈니스와 경험을 해야 한다”고 직원들을 다독였다. 이후 개발팀은 이러한 리더의 철학을 디딤돌 삼아 결국 아마존 최고의 작품이라고 불리는 ‘에코’를 탄생시켰다. 이어서 현재 전 국민이 사용하는 AI 비서 ‘알렉사’를 출시해 대박을 터뜨렸다. 따지고 보면 실패 수용을 넘어 실패를 장려하는 문화가 이런 극적인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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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행착오를 장려하라

서울공대 이정동 교수는 우리 기업들도 이제는 “시행착오의 문화를 장려해야 하며 실패에 대한 관점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Industry 5.0시대의 초융합기술경제에서 실패는 혁신이란 비밀의 문을 여는 키이다. 따라서 과도한 실패 징벌은 혁신의 종말을 초래한다.

특히 그려진 밑그림대로 움직이는 사회에서는 실패가 두려운 일이지만,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하는 사회에서는 실패가 선생님이다. 특히 처음 부딪히는 도전적 과제일수록 빠른 시행착오는 독창적인 그림을 탄생시킬 확률이 높다. 한동안 “작게 빨리 실패하라”가 화두가 되었던 이유다.

# 실패가 주는 선물

무엇보다 사람은 실패를 통해 자신의 위치와 약점을 깨닫게 된다. 리더는 직원이 저지른 실패의 고통을 어루만져 줄 때, 그들은 실패한 후의 태도가 그 다음을 결정한다는 값진 교훈을 얻게 된다.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 또한 “직원이 별을 따려고 나갔다가 달만 슬쩍 건드리고 왔다 해도 너무 거칠게 몰아붙이지 말라”고 했다.

유수의 대학 졸업자나 고급 스펙을 가진 이들이 오히려 무능한 경우가 많은 것은 그들이 가진 방어적 태도로 인해 실패에서 진짜를 배울 기회를 상실하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크리스 아지리스(Chris Argyris) 명예교수는 10년간 이 대학 졸업생의 성과를 조사했다. 놀랍게도 하버드라는 최고의 수재들이 생각만큼 많이 배우지 못했고, 의외로 아는 것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보고서에서 “이들은 방어적이고 비판을 차단하며, 비난을 남의 탓으로 돌린다”라고 썼다.

하긴 절대 실패하지 않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그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No play no error). 우리가 흔히 실패라고 여기는 것은 ‘하고 싶은 일을 하다 실패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이때의 실패란 정제된 순금이 되기 위해 단련하는 과정이며, 성공으로 가는 길에서 지불하는 수업료일 뿐이다. 이런 원리가 마인드에 장착되면 실패는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우주로 간 한국의 ‘퍼스트 펭귄’ 누리호의 도전을 보라.

“실패란 결과를 성취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을 시도하지 않은 것이다.” 연예인 보정속옷으로 유명한 스팽스(Spanx) 설립자, 사라 블레이클리(Sara Blakely)의 말이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실패를 알아야 한다. 결국 성공은 실패의 변형된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매우 다양한 경력을 거친 국내 정상급 경영평가 전문가이며, 스타 강사로도 유명하다. 또한 베스트셀러, 『생각의 차이가 일류를 만든다』 저자이자 교보 광화문글판 선정(2022년) 작가이다. 현재 조선일보 고정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두줄칼럼」은 삶과 일에 대한 인사이트, 아이디어 및 최신 트렌드 등을 불과 ‘두줄’로 풀어낸 국내 최초의 독창적인 초미니 칼럼 (부제: Think Audition)이다. 내용은 주로 인문과 경영의 융복합 구성이며, 생각근육을 키우고 마음의 울림을 느끼게 하는 지식과 사색의 아포리즘 결정체다.